상단여백
HOME 칼럼 유기성 목사의 영성칼럼
'실낱같은 은혜'

어제 저녁부터 포항에 내려와 한동대 사경회를 인도하고 있다. 교육관 건축을 앞두고 다음 세대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던 터라, 이번 한동대 사경회를 준비하는 마음이 특별했다.

그러나 기도하며 말씀을 준비할 때, 주님은 의욕만 앞서지 말라고 하셨다. 좋은 설교를 하려고 애쓰는 것 때문에, 늘 주님께서 역사할 수 없는 설교를 했었다.

설교할 때마다 붙잡는 말씀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 나로 말미암아… 말하신 것 외에는 말하지 아니하노라(롬 15:18)’

설교란 예수님께서 설교자인 저를 통해 말씀하시는 것이니, 제가 할 일은 설교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전하시려는 말씀을 정확히 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제게 필요한 것은 의욕 보다 믿음이었다. 내 안에 거하시는 주님께서 전할 말씀을 주실 것이라! 아직도 설교를 준비할 때는 수시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일어난다. 즉 ‘예수님, 이번에도 말씀을 주실 줄 믿습니다. 제가 먼저 큰 은혜받을 줄 믿습니다’ 고백한다.

설교하면서 깨달은 것은, 은혜를 실낱같이 주시면 실낱같이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순종이었다. 그러나 성경을 묵상하면서 깨달은 은혜가 실낱 같을 때, 그대로 전하는 것이 두려웠다. 불성실한 설교자, 무능한 설교자라고 평가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신 말씀은 5분 설교할 내용인데, 30분도 하고 1시간도 설교했다. 그러다 보니 설교가 자꾸 길어지는 경향이 생겼다. 저는 그것이 열심히 설교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좋은 설교자라는 평판을 듣고 싶은 헛된 욕심이었다.

그렇게 함으로 주님께서 저를 통해 생수의 강처럼 말씀하실 수 없게 됐음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라도 주님께서 실낱처럼 말씀을 주시면 실낱 만큼, 샘물처럼 주시면 샘물 만큼 전하려고 결심했다.

주님은 ‘실낱같은 은혜 밖에 받지 못했다’고 두려워하는 저를 책망하셨다. 실낱 같을지라도, 주님께서 허락하신 은혜가 분명하다면 너무나 귀한 것이다. 주님의 마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 춤을 추며 기뻐할 일이다. 제가 할 일은 오직 하나, 실낱 같아 보이는 은혜에 반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샘물처럼 그 다음에는 강처럼 주님은 역사해 주실 것이다.

그동안 실낱같은 은혜를 작게 여기고 제 의욕만 앞섰기에, 은혜가 강같이 흐르는 설교를 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애통할 일이다. 목회자 치고 설교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설교를 잘 하려고 하기에, 설교를 망치는 것이다. 교인들도 다 알만한 것을 장황하게 말하고, 비슷한 내용을 나열하고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하는 것이다. 설교조차 진정 주님을 믿고 의지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라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설교할 때마다 명심하고 있다. ‘말씀을 안 주시면 설교하지 않겠습니다’ 퇴로를 차단했다. 설교를 준비할 때 받은 은혜가 너무나 커서, 회중이 적어도 회중 중에 조는 자가 있어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갈망했다. 이것 하나만 원한다.

kurios M  webmaster@kuriosm.com

<저작권자 © 큐리오스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urios M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