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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주의와 기독교 영성<유재경 박사의 디바인 포커스>

오늘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들에게 유행어처럼 회자되는 용어는 ‘영성’입니다. 사실 영성이란 용어는 성경에서 나왔으며, 기독교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지만 근래에는 일반학문과 타종교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스트모던(근대후기) 사회의 등장과 함께 영성은 많은 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나아가 영성은 신앙의 새로운 내용을 제공하는 포스트모던 문화와 의식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던시대는 이전(모던)의 시대가 추앙했던 인간 이성과 보편적 진리를 비판하고 인간의 개별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포스트모던의 개별적 경험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오늘날 영성의 개념은 기독교적 정의와 내용을 벗어나 인간 존재의 모든 경험과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성학에서 인간존재의 깊은 내면적 세계에 대한 방향, 목적,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영성의 이론으로 이해되고, 그것을 계발하는 것이 영성 훈련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언급되는 다양한 영성은 초월에 대한 경험과 자아의 신비를 발견하기 위한 수많은 수련의 방법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성은 이제 기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어느 종교,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의 탐구와 자기 초월의 독특한 경험은 그 자체가 영성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영국의 영성신학자 폴 힐라스(Paul Heelas)의 이야기처럼 ‘현대인의 소비적 삶’과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위한 웰빙’이 또 다른 의미에서 영성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영성은 현대인의 문화적 패턴과 삶의 경향을 설명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소위 뉴에이지 운동, 마음수련, 기수련, 템플스테이, 소비사회, 웰빙 등이 현대의 중요한 영성으로 등장했습니다.

뉴에이지 운동(The New Age Movement)은 공식적 종교 단체와는 달리 경전과 조직 그리고 성직자와 교리도 없는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1970년대 기독교와 세속적 인문주의자들이 미래에 대한 정신적, 윤리적 길을 바르게 안내하지 못하므로 그 세력이 확장되었습니다. 이들은 미래를 예언하는 점성술, 치료와 에너지의 원천으로 수정구슬, 그리고 타로카드에 의해서 인생의 중요한 문제가 결정된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이들은 힌두교에서 나온 윤회설과 선업과 악업이 쌓여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응보의 사상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한 하나님을 인간이 도달 할 수 있는 최고의 의식의 상태로, 인간 개인의 잠재력의 총체적 계발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하나님은 존재하는 모든 것인 동시에 인간 자신입니다. 또한 이들은 우주적 종교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인 이상 하나의 실재가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이들은 개별 종교는 궁극적 실재인 그 하나에 이르는 다양한 길 중의 하나로 묘사합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기독교는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많은 길 중에 하나의 길 일 뿐입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명상수련, 마음수련, 단전호흡 등의 기(氣)수련도 우리가 쉽게 만나게 되는 영성의 한 현상입니다. 기수련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80년데 『단(丹)』이라는 책의 출판입니다.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요가의 전성시대 이후, 건강과 초월적 능력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 단전호흡과 같은 기수련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수련은 우주의 실체를 깨달고 우주의 기와 하나되는 세계를 추구하는 초월적 세계에 대한 관심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수련원, 명상수련원 등에서 추구하는 것은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다양한 수련법을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들이 행하는 기수련의 목적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행복하기 위함이고, 나아가 우주의 본질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영성의 한 형태는 템플스테이일 것입니다. 템플스테이(Templestay)란 내·외국인이 한국 전통문화의 보고이자 불교문화의 원형이 잘 보존된 전통사찰에서 사찰의 일상과 수행자적 삶을 체험해 보는 사찰 문화체험 프로그램입니다. 템플스테이의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참선', '다도', '서예', 발우공양', 그리고 '사찰문화재소개' 등이 있습니다. 참가 유형으로는 외국인, 일반인, 기업체, 학생 등 다양하며 참가 기간도 1박 2일에서 5-10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템플스테이의 특징은 자기성찰과 휴식, 참선체험, 사찰 음식을 통한 웰빙의 의미를 찾는 것 등입니다.

무엇보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서양 사람들은 동양의 수련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동양의 선 수행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선 수행이 명상을 위한 수단과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훌륭한 훈련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의 원주민들의 종교와 영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땅과 비인간적 생명에 대한 경외를 들 수 있습니다. 북미의 인디언의 문화에 대한 존경과 재발견에서 이런 현상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케빈 코스터너(Kevin Costner) 감독의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Dances with Wolves)에서 경험했듯이 이들은 땅과 생명체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에 신적 실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숭배합니다.

오늘 우리 주위에 혼재한 이러한 영성운동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통일적 요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뉴에이지 운동이든 기수련이든 템플스테이든 현대의 영성의 경향의 근저에는 자아(Self)에 대한 깊은 통찰과 새로운 발견이 놓여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에 내재하는 신성의 발견이든 자아의 계발을 통해 신성에 이르든 인간의 자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면 왜 현대인들이 이와 같은 사유구조에 깊은 빠졌겠습니까? 무엇이 오늘과 같이 영성의 르네상스를 낳았습니까? 그것은 세계 2차 대전이란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 대사건이 하나님에 대한 개념과 종교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간 유대인 대학살과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투하는 사람들을 대혼란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서양인들은 하나님이 역사를 섭리하시고 그 분이 살아 계시는 흔적을 유대인의 대학살과 일본의 원폭투하 현장에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비극 속에서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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